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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819
글쓴이 : 이진국
조회수 : 404
댓글수 : 0
글쓴날짜 : 6/9/2020 12:25: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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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기억 소환 >
신학교 시절 교육 담당 목사님에게 글을 못 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같은 교회 신학교 동기들과 비교해서도 내 실력이 많이 떨어진 듯했다. 심지어 "이 정도 실력으로 신학교 숙제는 해 갈 수 있겠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그렇게 신학교 4년을 지내고 목동에 있는 한사랑 교회에서 1년 정도 교육 전도사 생활을 한 후, 그해 12월에 신외리로 단독 목회를 나갔다.

26살에 나간 목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던 차에, 주보에 목회 이야기를 실어 전도용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매주 보내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외 마을 이야기!" 그 후로 (캐나다 유학 1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매주 글을 써 온 듯하다. 지금은 "로체스터 흙내음 소리!" 글을 전문적으로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저 삶 속에 일어났던 일들을 간단하고 솔직하게 전하려고 애써왔다. 25년 이상을 써온 글이지만, 매주 소재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더욱이 Covid19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교회 활동도 온라인 예배 하나 정도로 국한 되어 있기에 소재 찾기는 더욱 힘들다.

가끔씩 이럴 때에는 옛 기억을 소환한다. 그동안 써 왔던 글들을 읽으며 혼자 웃기도 하며 기억을 되살린다. 이번 주가 그랬다. 옛 글들을 뜨문뜨문 읽기 시작하다가 내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결혼 10주년 때 있었던 일이었다. 2004년이니, 미국으로 건너와서 제일교회 목회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때의 일이다. 내가 아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 주었던 것 같다. 마침 어제 찬수가 식구들을 위해 "닭도리탕"을 해 주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맛있었기에 더 이 이야기에 마음이 갔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는 이 이야기로 "흙내음 소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 아주 특별한 음식 > (2004년 3월 28일)

지난 금요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제 아내와 결혼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부족한 남편을 목회자로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아내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해 주고 싶었습니다. 공부와 목회로 정신없이 보내온 10년을 생각하니, 가족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가정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도, 몸담고 살아가는 가족의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특히 힘들 때에는 아내의 존재가 하나님 위로의 소중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결혼 10주년이라! 뭔가 근사한 것을 해 주고 싶은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학교 공부도 기말로 다가오면서 할 것도 많아지는 때이고, 교회에서도 새로이 성경공부를 시작해서 준비할 것도 많고, 그리고 아내 또한 돈 주고 뭔가 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기말 페이퍼 걱정보다 더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묘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내를 위한 특별한 음식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식 만들기엔 문외한인 제가 특별 음식 마련에 나섰습니다. 금요일이 결혼기념일이고, 전날인 목요일은 제가 캐나다로 공부를 하고 늦게 돌아오는 날이라, 모든 준비는 수요일에 마쳐야 했습니다. 수요일에 재료를 준비하면서도 아내의 눈을 피해야 했기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의 이상한 행동을 감지한 아내는 ‘왜 늦게 나왔느냐, 트렁크에 뭘 실었는냐?’하는 등 저를 추궁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위기(?)를 잘 모면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전 날 찬수가 엄지손가락을 다쳐 정신이 없긴 했지만, 아내 몰래 음식을 준비하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음식 이름은.....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아무튼 준비된 재료를 올리브기름에 잘 굴린 후, 준비된 소스에 마늘과 고춧가루를 섞어, 재료와 잘 버무린 후 약간의 설탕으로 음식의 맛을 살립니다. 드디어 음식이 완성 되었습니다. 정말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래로 내려온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감탄에, 감격에, 감사에,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맛을 보더니 너무 맛있다며, 결혼 10주년 선물로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먹으면서 자꾸 질문을 합니다. “여보, 이 소스의 비결은 뭐야? 정말 당신이 만들었어?” “어 뭐로 썰었기에 당근 모양이 이렇게 근사하지? 아무래도 수상한데” “어 이건 죽순 아냐. 당신이 어떻게 알고 죽순을 샀어?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수많은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어허 날 어떻게 보고! 맛있으면 됐지, 뭔 질문이 그리 많나!”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은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의 절대적 공범인 이종철 성도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사실은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러 이종철 성도(다영아빠)의 가게에 갔었지요. 얘기를 들은 다영아빠는 모든 재료와 소스를 드릴 테니, 아침에 잘 볶기만 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제가 아침에 음식을 만들어 놓고는, 소스 그릇을 처리하지 않는 통에 그만 아내에게 모든 것이 들통 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마냥 좋아했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도 맛있게 음식을 먹어 주었습니다. 마치 제가 모든 것을 다 한 것처럼 말입니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정말 오랜만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 앞에서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에 저 또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그동안 너무 쉽게만 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매번 특별한 날이 오면, 저만 아내에게 선물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 맘으로 함께 이루어 갈 수 있는 아내야 말로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다음엔 더 기가 막힌 음식을 만들어 줄께! 20주년 때 말이야.”(^^*) 앞으로 10년이 더 지났을 때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맘으로 아내와 함께 서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게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결혼 10년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10주년 기념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와준 특급 도우미 다영아빠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P.S. 참고로 결혼 20주년 때 음식을 만들어 주지 못했지만, 장미꽃과 외식과 신발을 선물로 그리고 피날레를 영화관람! "여보, 결혼 30주년 때 음식에 한 번 더 도전해 볼게!" 싫어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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