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체스터 9월 풍경 >

하나! 떠난 후에도!

규상 형제와 결혼하여 이곳에 온 보금 자매가 이곳에 머문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직장을 얻은 남편을 따라 DC로 떠났다. 감사하게도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어 “일대일 제자양육”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7월에 떠나는 바람에 4과 정도를 못하게 되었다. 결국 한 달간 zoom으로 양육을 이어가기로 했다. 로체스터에서의 쉽지 않았던 적응과 남편이 직장을 잡기위해 애쓰는 동안의 외로움 등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말 열심을 다해 준비해 왔다. 8월29일!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 보금 자매가 이런 말을 했다. “바이올린 연습을 하는 것보다(보금 자매 전공은 바이올린이다) 일대일 성경공부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다”고 말이다. 그만큼 성심껏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는 뜻이다. 비록 수료식을 통해 축하해 줄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 시험까지 좋은 성적으로 마친 보금 자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금아, 이제 배운 말씀들 늘 기억하며 삶 속에 잘 적용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수고 많았다!”

둘! 말라위에서 나눈 조그만 사랑

지난여름에 성도들이 모아 준 책 400여권을 일곱 박스에 나눠 담아 말라위로 보냈다. 벌써 세 번째 보냄이다. 책 값 보다 배송료가 대여섯 배는 더 나가는 사역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역”이다. 일곱 박스를 말라위로 보내면 2천 불 정도의 배송료가 든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차라리 2천 불을 선교비로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2천 불을 선교비로 보내면, 현지 선교사님들은 절대로 책을 주문하지 못할 것이다. (현지에 영어책을 살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지만, 있다고 해도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한다) 귀하게 모아 보내준 선교비인 것을 알기에, 배송료에 수천 불을 소요할 수 없으실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말라위 구물릴라 마을 아이들은 책을 접할 기회가 평생 없어지는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이 사역을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온 교우들이 한 마음으로 흔쾌히 이 사역에 동참해 주었다. 첫 번째와 이번 세 번째 배송 때는 어느 교우 한 분이 배송료 전액을 내주어 이를 감당하게 되었으니 이 역시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 실상 이렇게 일곱 박스를 보내도 도착해서 풀어 놓고 보면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보낸 일곱 박스의 책을 구물릴라 마을 도서관에 비치해 놓기에도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숫자이다. 그런데 책 박스를 수령해 오는 날, 인근 선교사님 내외를 만나셨단다. 한국인 아내와 미국인 남편 선교사 부부인데 오신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받은 책 이야기를 했더니, 많이 부러워하시는 모습에 두 박스를 그분들에게 나눠 주시기로 했단다. 그 부부가 마침 다음 주에 2주간 영어 캠프를 하게 되는데 영어 교재는 어떻게 해결을 했는데 아이들이 읽을 영어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과 두 박스 100여권의 책들을 나눴다고 전해 오셨다. 훈훈한 나눔이 아닐 수 없다. 책 100권을 테이블에 쌓아놓고 150여명의 마을 아이들이 모여서 그곳 선교사님과 강지헌/주수경 선교사님과 함께 celebration을 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얼마 되지 않은 책들이라 부끄럽기도 했지만, 우리가 여기서 나눈 사랑이 그곳에서도 이렇게 나눠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기도 했다. 다음번엔 더 많은 책들을 보내면 좋겠다. 특히 컬러링북과 스티커북 인기가 많다고 하니 다음엔 이것들도 함께 보내면 좋겠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복 되도다” 하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삶을 통해 마구 흘러넘치기를 소원한다.

셋! 창립주일에 전해진 또 하나의 사랑

우리교회는 그리 규모가 큰 교회가 아니다. 하지만 받은 사랑을 매년 다양한 모습으로 흘러넘치게 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늘 감사한 교회이다. 올해도 창립감사 주일에 걷혀진 전액 헌금을 과테말라로 보냈다. 3년 전, 우리끼리 축하하는 주일을 벗어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뭔가를 하자는 생각에 ‘힐링 과테말라'(이누가 선교사)에서 시작한 ‘과테말라 기독 의대생 돕기 사역’에 동참을 하게 되었다. 그곳 의대생의 학비와 교재비와 생활비가 1년에 5천불이 든다고 한다. 이들은 이누가 선교사님을 통해 영적으로도 양육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간다. 한 명의 “하나님”의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호수에 몬테로소이구에! 3년 째 돕고 있는데, 호수에가 2학년 된 때부터 돕기 시작했으니, 올해 4학년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게 된 것이다. 창립주일에 드려진 헌금 전액은 감사하게도 6,608.81불이었다. 이중 5천불은 호수에 지원금으로, 나머지는 과테말라 선교비로 보내졌다. 정말 감사하다. 창립주일이라 우리끼리 기념품도 만들고, 파티도 하면 좋을 수 있겠다. (이것이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님) 하지만 우리 교회가 어려울 때 받은 사랑이 너무나 컸던 것을 알기에 이렇게 귀한 일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부디 호수에가 실력 있는 의사가 되어, 과테말라의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많은 산지족들을 육체적으로도 살려내고, 영적으로도 구원으로 이끄는 귀한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넷! 신환회 아니 런치타임

팬데믹 이후 청년부 신입생 환영회가 사라졌다. 대신 “런치타임”으로 이름을 바꾸어 작년부터 Labor Day때 많은 청년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그리 많은 청년들이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예상보다 많은 청년들이 참석을 했다. 교회 어른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고기를 굽고, 음식을 준비해 오고, 라이드 운행을 해 주는 등등 올해도 런치타임은 은혜 속에 치러졌다. 청년 임원들은 일찍부터 나와서 신입생과 복학생들을 환영해주었다. 비록 신환회처럼 게임타임을 갖진 못했지만, 많은 청년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한국음식으로도 배를 채우는 훈훈한 시간이 되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도 우리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새로 나온 청년들만 45명 정도나 되었다. 그중 20여명은 현재 제일교회에 등록을 했고, 15명 정도는 언젠가는 올 것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 낯선 이국땅에서 힘든 일을 겪지 않고 공부도 연애도 놀기도 잘 했으면 좋겠다. 혹시나 힘든 일이 생긴다면 제일교회 식구들과 함께 잘 이겨냈으면 좋겠고, 그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줄을 믿는다. 제일교회에 청년사역이라는 귀한 비전을 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