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다 나았어요 — 로체스터 흙내음 소리

수요일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들이 태권도 발차기를 하면서 30분 동안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러다 지혜가 장난을 치려고 바닥에 누워서 “오빠, 일으켜 줘”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일어날 수 있는데도, 오빠에게 간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모른 척 하던 찬수가 늦게 서야 지혜에게로 다가가서, 지혜의 팔목을 잡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 순간 지혜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팔목을 잡고는 엉엉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찬수가 지혜를 빨리 일으켜 세우려다가 팔에 무리한 충격을 준 모양이었습니다. 약간의 엄살이 섞인 줄 알고, 아픈 곳을 쓰다듬어 주려 했는데, 손도 못 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팔을 펴지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지혜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찬수도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응급실로 가려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하지만 지혜가 병원에는 안가겠다고 더 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팔을 잡고 기도해 주면서 얼러 주었습니다. 기도 후에 지혜가 퉁퉁 부은 얼굴로 저를 쳐다보면서, “아빠, 지혜 내일 아침이면 날거야?” 하고 계속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밤에 잘 때에도 몸을 뒤척이면서 계속 신음 소리를 내었습니다. 오른팔로 왼팔을 잡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잠을 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통증이 느껴졌는지 또 다시 울어대었습니다. 그래서 최민석 집사님이 운영하는 ACE 통증 클리닉에 예약을 하고 달려갔습니다. 혹시 어깨나 팔꿈치가 빠진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X-ray를 찍은 결과 뼈나 신경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뼈 속에 멍이 들어 아픈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간의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바르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아침도 못 먹은 채 12시가 넘어가는 바람에 근처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 먹었지요.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계속 통증이 오는지, 얼굴을 간혹 찡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계속 아픔을 호소하며 우는 지혜를 보니,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뼈나 신경에는 이상이 없음에 감사하면서도, ‘얼마나 아플까’하는 안타까운 맘으로 지혜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기도해 주었습니다.

두어 시간이 지났나요. 지하에서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혜가 달려 내려왔습니다. “아빠, 이것 봐요. 지혜 팔 다 나았어요. 이렇게 펼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어요.” 자고 일어나니, 다 나았다며 달려 내려온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약간의 엄살 아니 상당한 엄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 때문에 밤새 잠을 뒤척이고, 오늘 하루 종일 자기를 안고 병원으로, X-ray Laboratory로 뛰어다닌 부모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말 한마디를 남긴 채, 지혜는 오빠와 다시 신나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엄살이 80% 이상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직 의료보험이 온전히 커버 되지 않아, 진료비와 검사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도, 다시 원기를 회복한 지혜의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환하게 밝아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엄살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건강한 자식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답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이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지냈다는 사실이야말로, 정말 감사해야 할 제목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늘 누리고 살아가기에, 그것이 내가 누려야 되는 당연한 것인 양 착각하며 살지는 않는지요? 오늘은 무뎌진 저의 감사 거리를 되찾은 하루였습니다. 잊지마세요. 오늘 내가 누리는 복들이 하나님 앞에 얼마나 감사 드려야 하는 복들인지 말입니다. 이번 한 주간도 ‘감사함’으로, 주신 복들을 ‘누리며’ 살아 가시길 바랍니다. ^.^ (2003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