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arding Henry – 로체스터 흙내음 소리
지난 금요일은 할로윈데이였습니다. 저녁에 동네 아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침 이날이 금요일인지라,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사랑속(청장년) 속회가 사택에서 있었기 때문이지요. 계속 초인종이 울릴 것이기에, 예배를 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날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태윤 형제가 자기네 집에서 드리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피자 여섯 판 시켜놓을 테니, 와서 함께 예배 드리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모두 태윤 형제네로 모이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비디오 감상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헤리슨 포드 주연의 “Regarding Henry”라는 영화였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였습니다. 온갖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많은 케이스들을 승리로 이끈 유능한 변호사 헨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피아노에 실수로 물을 쏟은 딸에게 엄한 벌을 주었고(하루동안 방에 가둠), 자기보다 낮은 사람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으며(건물 경비의 인사는 받지도 않음), 딸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부모와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함), 공공연하게 자기 아내와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을 꺼려했으며(손잡고 다니기도 꺼려함), 다른 여자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자기멋대로만 살아온 자였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시련이 다가옵니다. 강도를 만나 총에 맞게 됩니다. 그리곤 지난 기억들을 모두 잊게 됩니다. 더불어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읽을 수도 없게 됩니다. 그러나 어렵사리 건강을 찾아가고, 말하고 읽을 수 있게 되며, 가족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 둘씩 찾아갑니다. 특히 식탁에서 물을 쏟는 딸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경비와도 따뜻한 포옹을 하며, 그렇게 싫어하던 강아지를 딸을 위해 사 주었고, 사람 많은 곳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등 그의 삶은 180도로 바뀌어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시작됩니다. 자신이 어떠한 변호사였는지를 깨달으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합니다. 거짓 방법을 동원해 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심어온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곤 그 사람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등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사랑하는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우연찮게 알게 됩니다. 오랜만에 참된 행복을 찾은 아내는 “Everything was different”라고 울부짖지만, 헨리는 부정했던 아내를 뒤로 한 채 집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헨리는 자신에게도 역시 내연의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곤 상처받고 울고 있을 아내를 떠올립니다. 단숨에 다시 아내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리곤 울고 있던 아내를 껴 안으면서 말합니다. “You are right. Everything was different!” “I don’t like who I was. I can’t be a lawyer any more!” 결국 평생을 쌓아온 부와 명예와 직장을 포기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딸이 입학한 명문 사립학교로 옮겨집니다. 아마도 전교생이 모여 교장 선생의 훈시를 듣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Competition!”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긴강감이 도는 훈시 도중, 강당 뒤쪽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그리곤 헨리와 아내가 들어옵니다. 헨리는 교장 앞에 서서 “11년동안 딸아이를 잃어 왔습니다. 더 이상 딸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요? 헨리는 기억을 잃을 때, 욕심을 함께 잃습니다. 그랬기에, 자신의 삶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기억을 찾게 되지만 찬란했던(?) 과거를 버리기로 결심할 수 있게 됩니다. 욕심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그는 허상을 버리고, 참된 행복을 찾게 된 것입니다. 욕심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끝없는 욕심이 그 인간을 잡아먹게 됩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약1:15).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맘속에 자리 잡고, 결국 내 인생 전체를 망쳐 가는 ‘욕심’을 쏟아 내어 버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무엇인가로 우리 삶을 채워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유일한 소망인 예수님이랍니다. 거기에 생명이 있습니다. 거기에 기쁨이 있습니다. 거기에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거기에 안식이 있답니다. (2003년 1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