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힘이 들어도…. – 로체스터 흙내음 소리

지금부터 15개월 전,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도착을 했습니다. 33년 몸담아 살았던 조국을 떠나, 정들었던 신외교회에서의 삶을 뒤로한 채, 유학을 온 것입니다. 조국을 떠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공부를 더 하겠다는 맘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유학을 와서야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공부 계획이나, 재정적인 문제, 제 목회 진로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공부를 마친 뒤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공부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남아 목회를 할 것인지? 한 7-8년 정도 후에 학위를 따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이곳에 무작정 남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민 온 사람들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아이들의 삶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것은 ‘언어’ 때문입니다.

사실 유학을 결정한 후 아이들에게 특히 찬수에게, 정들었던 신외리와 그렇게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나야만 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찬수는 맘이 여려서 제 말을 거절을 못합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냥 알았다고 하고는 이내 눈물을 글썽입니다. 앞으론 교회 마당에서 축구도 할 수 없고, 친한 친구 예찬이를 볼 수가 없으며, 언제나 자기편이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못 본다는 사실이 찬수에게 많은 어려움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1년! 어렵사리 적응하게 된 캐나다를 또 다시 뒤로해야 할 일이 생긴 것입니다. 이곳 로체스터에서 목회를 하게 된 것이지요. 이 말을 전해들은 찬수와 지혜! 이때도 찬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정이 들기 시작했는데…. 친구도 제법 생겼는데….. 아빠가 하는 일이기에 이번에도 찬수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맘을 회유해 보기 위해, ‘아빠만 가서 설교하고 자기들은 이곳에 있으면 안되겠냐’고 몇 차례 물어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답니다.

어제 캐나다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찬수가 뭔가를 외우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과학 시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유인물을 세 장 나누어 줬는데, 그것을 모두 외워야 했습니다. 문제들 중에는 제게도 어려운 문제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얼마 후에 찬수가 시험지를 들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곤 다 외웠다고, 문제를 내 보라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문제를 듣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답을 그냥 순서대로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문제의 순서를 바꿔 냈더니, 그것도 모른 채 그저 순서대로 외운 대로 답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두어 시간 동안에 걸쳐 결국엔 외우긴 했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영어 문장을 읽고 해석하고 답을 외어 쓰는 일은 아직 찬수에게 버겁게만 다가오는 듯합니다. 물론 시간이 가면 해결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면, 저보다 영어를 더 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압니다. 하지만 그 동안 아이들이 겪어야 되는 당장의 ‘아픔들’을 바라볼 때, 부모는 안쓰러울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겁니다. 진정 사랑하기에, 때로 부모는 자식이 스스로 문제를 헤쳐 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랍니다.

유치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이 원리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도 적용됩니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땀과 눈물과 헌신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하나님은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왜 하나님은 내 뜻대로 놀고먹고 즐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시나요? 그것은 예수님이 준비하시는 더 좋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처소를 만들고 계십니다. 그것은 영원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우릴 훈련시키길 원하시는 것이고, 우리 또한 아버지의 뜻을 알기에 나를 날마다 죽이고 생명 다해 기도하며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영원히 아버지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찬수와 지혜도 깨달아 갈 것입니다. 지금은 힘이 든다 할지라도, 땀과 눈물의 대가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엇보다 말씀에 순종함으로 얻어지는 귀한 상급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