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 로체스터 흙내음 소리
지난 금요일은 청장년 속회를 일찍 모이기로 했습니다. 추수감사절 연휴이므로, 일찍 모여 식사하고 예배드린 후, 친교 시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식사후 아내는 장을 봐서 매운탕 준비를 하기로 했고, 저는 기말 페이퍼를 이날 모두 끝내려 했습니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예배를 드리려 했던 것입니다.
식사후 페이퍼를 마무리하려고 지하 서재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여느 때보다 맨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차갑고 시려웠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물이 스며나는 것이었습니다. 다용도실 문을 여니 온통 물바다였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얼른 물을 퍼내 보지만, 좀처럼 물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어제 밤부터 계속해서 내린 비때문인지…. 지난번에 이보다 더한 폭우가 올 때도 문제없었는데…. 순환펌프의 전원이 나간 것도 아닌데…. 원인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입으로는 ‘주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마음은 급해지기만 했습니다. 벌써 물은 다용도실을 넘어 서재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물을 퍼내면서, 김재길 집사님에게, 이민기 권사님에게, 이운섭 권사님에게, 김종후 집사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추측만 할뿐 근본 원인을 찾아내진 못했습니다. 일단 이민기 권사님 말대로 plumber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곤 한참 물을 퍼내는데 김재길 집사님이 오셨습니다. 김미정 집사님이 직장에 나갔기에, 아이들을 아버님에게 맡기고 오신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최악을 사태(?)를 대비하여, 모든 장비를 갖추고 오셨습니다.
함께 물을 퍼내면서 살펴보니, 지하에 차는 물을 밖으로 퍼내는 순환 펌프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아냈습니다. 얼마 후에 김종후 집사님이 가세했습니다. 셋이서 근 세시간을 물을 퍼내고, 물을 흡수해내는 관 주변에 쌓인 진흙을 긁어내었습니다. 그래도 펌프가 작동하질 않았습니다. 얼마후 김종후 집사님이 땅 속으로 뻗어있는 파이프를 분리하여, 긴 막대기로 후벼대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원을 연결하였습니다. 위잉~~ 펌프가 돌아가며 진흙덩어리와 물이 밖으로 터져 나와 모두 물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짱’이었습니다. 원인을 알아내어 문제를 해결했기에, 그까짓 흙탕물 뒤집어쓰는 것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 진흙과 다용도실 가장자리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고 바닥을 물로 씻어내니, 벌써 5시 예배 시간이 되었습니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에, 두 분 집사님의 수고가 고맙기도 했지만 많이 미안했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내와 다짐을 했습니다. ‘우리 어떤 상황이 와도 감사하자’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일이 터진 것입니다. 처음엔 감사가 되지 않았지만, 물을 퍼내면서 이내 감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제가 집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긴 것이 감사요, 서재가 잠기기 전에 발견되어 감사요, 두 분 집사님의 헌신이 있었기에 감사요, 원인을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에 감사였지요. 하지만 김종후 집사님 말대로 서재 카펫이 마르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고, 곰팡이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며, 진흙 때문에 펌프가 다시 막힐 수도 있기에 늘 지하(?)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늘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겐 감사해야 할 제목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물난리로 조금 불편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주신 복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자”라는 결단을 하자마자 닥친 이번 물난리가 오히려 저희 가정에 감사거리를 더해 준 것 같아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고한 김재길 집사님과 김종후 집사님 그리고 진흙 나르는 일을 도운 아들 찬수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 (2003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