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말솜씨라 할지라도

캐나다 맥매스터에서 함께 공부하는 김유찬이라는 전도사가 있습니다. 해밀턴에 있는 한 교회의 1.5세들을 맡아 양육하고 있는 전도사로, 정말 순수한 청년 전도사입니다. 이번 학기에는 함께 듣는 과목이 없지만, 종종 학교에서 만납니다. 몇 주 전 저녁 무렵에 그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종일 맘이 불편해서 혼났어요. 사실은 오늘 오전에 교회 청년들과 캠퍼스 전도를 나가기로 했는데, 할 것도 많고 피곤하기도 해서 나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하루 종일 하나님께 죄송한 맘이 들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지 뭐예요….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 막 나가서 복음 전도 하고 왔어요. 그랬더니 맘이 한결 나아졌네요.”

김전도사 말로는, 복음을 제시하면 시간이 없다고 거절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진지하게 듣는 학생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영접 기도까지 따라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맘은 편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김전도사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도 ‘예수님 믿으라’고 하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 판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일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고 와서 불편한 맘이 많이 사라졌다는 김전도사의 얼굴에는 진정으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복음을 제시하기에 앞서 많은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시간이 없다며 거절당할 수도 있고, 그동안 잘 쌓아왔던 나의 좋은 이미지가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가 예수 믿는다는 것을 악용하여 나를 시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복음을 전해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붙여주신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누구인지, 복음이 무엇인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주에 이성혜 자매가 남편 (Darrin, 미국인)과 함께 예배에 참석을 했습니다. 남편은 이곳에서 치료사 공부를 하고 있는 분인데, 학교 숙제 때문에 이날 예배에 참석을 했다고 합니다. 숙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 경험하기’였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 발걸음을 인도하신 이는 분명 하나님이셨습니다. 저는 한 주 전에 Darrin이 우리 교회에 올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예배에 참석을 한다는데, 무엇인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끝에 예전에 사 두었던 영어 사영리 소책자를 가지고 교회에 갔습니다.

예배가 끝났습니다. 성혜 자매와 Darrin에게 5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사영리 책자를 함께 읽었습니다. 설명은 제가 읽고, 성경 구절은 Darrin이 읽었습니다. 영어를 하면서도, ‘이 사람, 내 발음 이해하려면 꽤나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마구 밀려 왔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잘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성령께서 그 시간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끝까지 복음을 전했습니다. 알고 보니, Darrin도 중학생일 때 교회를 다녔답니다. 그런데 차츰 바빠져서 교회를 멀리했답니다. 그래도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는 것은 중요한 것이라 말해 주었습니다. 하나님이 그를 너무 사랑하신다는 사실과 함께 말입니다.

제가 말한 것을 그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그를 만난 이상 그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가끔 오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Darrin의 맘이 성령님에 의해 활짝 열어질 순간이 올 것입니다. 어눌한 말 실력으로 복음을 전한다는 것, 그것도 외국인에게 되지도 않는 영어를 가지고 전한다는 것, 제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심을 알기에,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 실력을 키운 뒤에, 성경을 좀더 연구한 뒤에 전도하겠다구요? 아닙니다. 지금 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내일이 보장되어 있다고 누가 말하던가요? 바로 지금, 내게 붙여주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오늘 복음을 전하세요. 그리고 그를 위해 헌신하시고, 잠잠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그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요, 오늘을 살아가는 유일무이한 이유랍니다. 역사는 하나님이 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 능력의 통로가 되어드리지 않으시겠습니까! 나의 어눌한 말솜씨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역이 시작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