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터지도록 답답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나요? 마음속 깊이 터져 올라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가운데 당신은 어떻게 처신하시나요? 감사하라고요? 말씀 읽으며 기도하라고요? ‘정답’이네요. 그렇게 해야만 함을 저 또한 잘 압니다. 하지만……..
기도를 하면서도 그 일이 떠오릅니다. 감사하려 입을 열었다가도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눈으론 말씀을 읽어가고, 입으로는 감사한다 중얼거리지만, 뒤쳐진 마음은 앞서가는 눈과 입을 따라가지 못함을 발견합니다.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진실을 말할 것이라 다짐해 봅니다. 나 없는 곳에서 잉태되어 자라난 말들을 그대로 믿고 나를 정죄하는 사람들에게도 따끔하게 소리쳐 댈 것이라 결심을 합니다. 당사자 간에 있었던 말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자들이, 다른 사람의 말만을 듣고 나를 그대로 판단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습니다. 그들은 나의 좋아했던 친구요, 믿었던 동역자요, 사명자들이라 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제 나도 이곳저곳에 다니면서 진실을 말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반드시……. 하지만……..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 되고 맙니다.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이미 그 진실을 전적으로 믿어줄 만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살고 저가 죽는다면…. 그것은 분명 주님의 뜻이 아님을 알기에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내가 죽고 저가 산다면…. 머리로는 그렇게 해야 함을 알지만, 그것 또한 내겐 너무 큰 아픔이라, 움칠거리며 발을 다시 떼어보려고도 해 봅니다. 그러다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맙니다. 주님, 너무 힘이 듭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뭐라고요? 지금 뭐라 말씀하셨나요? …… 저를… 저를 사랑하신다구요? …… 그렇군요. 이렇게 아파하는 저를 주님은 사랑하고 계셨군요. 제게 상처를 주었던 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죄인 중에 죄인인 저를 주님께서 사랑하고 계셨군요.
제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은 바로 주님이었네요. 사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주님이 모든 일을 밝혀 주길 바래 왔습니다. 누군가가 진실을 말해주길 바래 왔습니다. 하지만 제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눈물을 닦아줄 주님의 손길이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부르르 떨고 있는 저를 안아줄 주님의 넓은 품이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저를 일으켜 세워줄 주님의 팔이었습니다. 주님….. 주님…..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를 미워하는 자들보다도……… 그들을 미워하고 정죄할 궁리만 하고 있었던 저 때문에 주님이 더 마음 아파하심을 깨닫습니다. 그들의 죄악보다도 더 상습적이고 지능적인 죄악으로 빠져드는 제 모습에 더 많은 눈물을 흘린 주님이 떠올라 고개가 숙여집니다.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런 환경 중에서도 나를 주시하며 사랑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아님을 깨달았기에 흘리는 눈물입니다. 회개해야할 사람은 바로 나였기에 흘리는 눈물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여전히 부족한 ‘나’이지만 저를 외면하지 않고, 저를 달래서 사용해 주시려 하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 사람들은 한번 잘못으로 평생 그 사람을 정죄하고 살지만, 주님은 그렇지 않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도 주님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용서가 필요한 곳에 저를 보내 주소서. 화해가 필요한 곳에 저를 보내 주소서. 희생과 죽음이 필요한 곳에 저를 보내 주소서. “주님을……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노라”고 감히 고백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 용서하소서!(고국에 두고 온 어머니와 아버지가 유난히 보고 싶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