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찬수가 패트릭 네서 sleep over를 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하루 밤 자러 가는 것이었는데, 가방에 이것저것 넣더니 두 가방 가득 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찬수도 sleep over에 대한 기대감이 컸든지 다소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후 패트릭 엄마가 찬수를 데리러 왔습니다. 패트릭도 함께 왔더군요. 둘은 서로 기뻐하며, 놀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찬수를 보내고 청년부 모임을 가졌습니다. 밤11:30 정도에 모임을 마치고, 집안 정리를 대충하고 나니 새벽 한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로 가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찬수의 전화였습니다. 그날따라 패트릭이 일찍 잠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자기 혼자 한두 시간을 보내다가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울먹이면서 말입니다. 집에 오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새벽 한시에 말입니다. 그래서 설득을 했습니다. 네가 결정한 것이니, 오늘 밤은 거기서 자고 오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찬수는, 잠도 안 올 뿐더러 ‘family’가 그립다면서 집에 오고 싶다는 말하더군요. 아빠도 보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고, 그렇게 싸우던 지혜도 보고 싶다며 말입니다. 그래서 또 설득을 했습니다. 아빠가 가서 너를 데리고 오면, 어른들을 깨워야 할 텐데 미안하지 않느냐며 말입니다. 이번엔 울먹이면서, 그래도 집에 오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나요, 허허!
아무튼 다 큰 아이가 가족을 보고 싶다고 하는 말이 싫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찬수를 데리러 갔습니다. 패트릭의 형인 피터가 일어나 있더군요.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찬수는 아빠를 보고서, 얼굴에 안도의 한숨과 미소를 그려냈습니다. 집에 와서는 엄마를 꼬옥 껴안더군요.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날 찬수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있는 곳, 늘 다투지만 귀여운 동생이 있는 곳! 보고 싶은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인간들의 보금자리는 다름 아닌 가정입니다. 가정이 건강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이나 교회생활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무엇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면 기댈 수 있고, 좋은 일은 나눌 수 있는 가정! 나아가서는 자신들의 가정에서 배운 따뜻함을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여유도 배우면서 말입니다. 가정의 이런 소중함에 늘 감사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 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는 한 분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영적인 가족들입니다. 힘들 땐 새벽 한시에도 맘 놓고 전화할 수 있는 찬수처럼, 우리 또한 삶에 지쳐 도움이 필요할 때 소리쳐 도움을 요청할 분이 계시답니다. 그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랍니다. 그분은 새벽 한시가 아니라, 두시 세시라 할지라도 달려 오신답니다. 힘들 땐 가정으로 돌아오세요. 괴로울 땐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세요. 답답할 땐 예수님께 기도하세요. 두발 벗고 달려오시는 주님의 은혜를 느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