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라위 책 배송 >

지난 토요일에 유스 예배를 마친 아이들이 내 사무실을 찾았다. 책상 뒤에 쌓여 있는 책들을 패킹하기 위해서 말이다. 말라위로 보내는 네 번째 책들이다. 평생 책 한 번 읽어보지 못한 말라위 아이들, 학교에 도서관도 없어 책읽기가 전무한 아이들에게 책과 함께 소망과 사랑을 전달하는 사역이다. 매번 일곱 박스씩 보내고 있다. 약 400여권의 책을 말이다. 그런데 배송료만 2500불 정도가 소요되는 사역이다. 예전에 “흙내음 소리”에 실었듯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역이다. 혹자는 차라리 그 돈을 선교비로 보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선교비로 보내면, 선교사님들은 미안해서라도 책을 주문하지 못할 것이다. 배송료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가 “큰” 배송료를 감당해주지 않는다면, 말라위 구물릴라 아이들은 평생 책을 접하지 못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이 사역의 필요성을 알려주셔서 “배보다 배꼽이 크긴” 하지만, 꾸준히 이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과 그동안 모아진 책들을 일일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낙서가 되어 있는 책들과, 심하게 손상된 책들은 모두 제외시켰다. 선교지에는 쓰고 남은 물품이나 더렵혀진 것들을 보내서는 안 된다. 즉 선교는 적선하듯 하면 안 되고, 마치 예수님께 보내듯 좋은 것들을 보내야 한다. 꼭 새 책일 필요는 없지만, 받았을 때 아이들 마음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책들만 추려서 패킹을 시작했다. 2인1조로 각 박스마다 책을 넣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우체국 발송시 필요한 주소 슬립에 선교사님 정보를 적어 넣기 시작했다. 몇 번 해봤다고 아이들의 동작도 첫 번째 때보다 능숙했다. 박스와 슬립을 미리 준비해준 성진 권사 덕분에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그렇게 다섯 박스를 패킹했고, 지난 수요일에 성진 권사와 만나 두 박스를 더 완성했다. 하은이와 시은이 그리고 조이도 함께 교회에 와서 패킹을 도왔다. 아직 어깨가 온전치 않은 목사를 위해(^^) 조이와 하은이가 박스를 대신 차에 실어 주었다. 우체국에 도착해 카트를 가지고 와 일곱 박스를 옮겨 실었고, 성진 권사와 내가 카운터에서 발송 작업을 마쳤다. 뿌듯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역을 하면서 (배송료는 많이 들지만) 이 책들을 받아 들고 기뻐할 말라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지난 몇 개월간 꾸준히 책들을 사무실로 가져와준 주일학교 아이들, 유스 그리고 모든 성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사역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교사님의 요청에 따라, 컬러링북이나 게임북을 새것으로 사 오신 분들도 있었다. FUMC 미국교우들도 책을 모아 주었다. 자기가 소중히 읽었던 책을 품에 안고 사무실로 찾아온 어린 꼬마들도 많았다. 이런 사랑과 관심이 모여 보내지는 책들이기에 반드시 그들에게 갑절의 사랑으로 전해질 줄을 믿는다.

특히 이번에는 선교사님이 인근 마을과 책을 나눠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 앞선 세 번의 책보내기를 통해 1000여 권의 책이 도서관에 비치가 되었다면서, 이번에는 인근 도시 근교의 빈민촌에 세워진 교회에 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셨다. 본인들도 부족할 텐데 인근 마을까지 돌아보며 쉐어하는 선교사님의 마음이 귀하게 여겨졌다. 그 교회에 지난번에 한 박스의 책을 이미 쉐어하셨다고 했었다. 고작 한 박스의 책들을 전달받고는 그 교회 사역자와 어린이들이 너무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바로 그 교회에 도서관을 세워주려는 것이다. 당연히 “예스”라고 답했다.

이제 이번 일곱 박스의 책들도 분실 없이 무사히 제 시간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보람 있는 일을 마치자, 이번엔 성진 권사가 점심을 쏜다고 했다. 새로 찾게 된 음식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7.99불에 양이 엄청났다. 이렇게 사명감을 갖고 교회의 각 사역을 각자의 위치에서 감당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 참 행복하다. 성진 권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제일교회에서는 한번 사역을 맡으면 lifetime(평생) 사역이 된다”고!^^ 함께 동참해준 모든 성도들과 아이들, 배송료 헌금을 해 주신 분들, 발송 작업을 끝까지 마쳐준 성진 권사, 그리고 이 모든 사역에 중심이 되어주신 예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사진: 패킹장면, 지난번 보냈던 책들, 인근마을 책 1박스 전달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