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후 찾아온 주말에 지혜(맏딸)와 여행을 갔다. 행선지는 스위스! 어깨 수술한 것도 많이 나아져서 여행에 무리가 없어 감사했다. Bern. Interlaken, Spiez, Mt. Jungfrau, Mt. Platus, and Mt. Titlis… 정말 이런 광경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모든 일정을 세밀하게 미리 짜놓은 딸 덕분에 나는 몸만 맡기고 따라가면 되었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정이 시작되었고, 그 중 하루는 5시에 하루를 시작하기도… 그래도 딸 덕분에 정말 알찬 여행이 되었다. 사진을 못 찍는다고 구박(^^)을 받았지만, 막판에는 “not bad” “much improved”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했다. 8시간의 지루하고 힘든 시간 끝에 EWR(뉴저지)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버펄로로 가는 비행기가 최소 되었다는 것이다. 출발할 때 적당한 시간대의 비행기가 없어서 인근 도시인 버펄로 발 항공편을 끊었다. 당연히 차는 그곳에 주차해 놓고 왔는데, 순간 멘붕이 왔다. 일단 다른 비행편을 알아봤지만, 토요일 당일엔 없었고 주일 아침 비행편이 있었다. 그것도 버펄로가 아닌 로체스터 행만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로체스터로 가서 주일 두 번의 예배를 인도한 후, 오후에 아내와 함께 버펄로로 차를 가지러 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도착 시간을 보니 오전 9시였다. 미국 예배(FUMC)가 9시30분에 시작하는데 혹시라도 다시 딜레이가 된다면 FUMC 예배 설교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시간이 오후 2시! 일단 지혜에게 연락을 했다. 로체스터로 올라가는 기차나 버스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연락이 왔다. 기차는 막차가 3시 정도인데, 시간에 맞춰 기차역까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버스가 남았는데,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버스가 5시에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셀폰 배터리가 10%만 남았다는 경고 화면이 떴다. 일단 로체스터까지 가는 표를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가격은 30불로 저렴했다.
서둘러 우버를 불렀다. 감사하게도 가면서 우버 안에서 충전을 할 수 있었다. 트래픽으로 인해 1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조그만 사무실 하나에, 하루 한 번만 출발하는 버스 회사였다. 그래도 이것이라도 있는 것이 감사했다. 일정을 보니, 로체스터를 거쳐 버펄로까지 간다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만 조금 고생하면 (아내의 수고 없이) 차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표소에서 목적지를 로체스터에사 버펄로로 바꿨다. 추가 요금 없이 말이다. 이것도 감사!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밥을 못 먹어서 그런지 어지럼증이 왔다. 서둘러 검색을 했더니, 걸어서 10분 거리에 한국 식당이 있었다. 토푸토푸! 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식당에 도착하니 다리가 풀렸다. 육개장을 시켰는데 반찬부터가 너무 맛있었다. 콩나물, 계란찜, 김치, 오뎅무침 등등. 시간이 촉박한 지라 서둘러 먹었는데, 따뜻한 국물이 들어오니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
돌아와서 버스에 올랐다. 지저분했다. 그래도 감사! 그런데 에어컨을 얼마나 세게 틀었는지 견딜 수가 없었다. 감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이게 웬일? 2시가30분 달린 후 길가 휴게소에 세우더니 “15분간 휴식”이란다. 서둘러 아래 짐칸에서 청바지를 꺼내 체육복 위에 껴입었고, 잠바도 하나 더 꺼내어 입었다. 그래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시러큐스 정도 올라와서는 예닐곱 장소에서 손님들을 내렸다. 그냥 길가에 말이다. 그리고 6시간30분 만에 로체스터에 도착! 몬로 SEA 레스토랑 건너편에 정차했지만, 나는 내릴 수가 없었다. 버펄로로 차를 가지러 가야했기에…
그렇게 한 시간을 더 달려 버펄로에 도착했는데, 내가 주차해놓은 곳까지 차로 15분 거리였다. 자정이 넘었는데 우버가 있을까? 감사하게도 우버가 있었다. 7분 만에 온다는 것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몰려왔다. 발을 동동 거리며 기다리니 우버가 도착했다. 우버에 타니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어쨌든 힘든 시간들을 거쳐 버펄로까지 무사히(^^) 왔으니 말이다.
호텔에 도착 후 셔틀을 타고 파킹 존으로 이동, 드디어 내 차가 보였다. 차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또 감사! 시동을 걸고, 충전을 시작했고, 아내와 간단히 카톡을 했고, 인근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시켰다. 출발한지 10분 지났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팟캐스트를 틀었다. “클래식이 알고 싶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피가로의 약혼녀 수잔나를 유혹하는 알마비바 백작! 이를 보며 그의 사랑을 돌려놓으려는 백작 부인! 이런 와중에 백작 부인에게 수작을 거는 백작의 어린 시종 케루비노! 백작의 농락을 무마시키랴는 무리들! 결국 피가로는 수잔나와 결혼에 성공! 이 심오한 관계들을 집중해서 듣자니 잠시 잠이 달아났다. 하지만 이내 곧 졸음이… 휴게소에 서서 잠시 쉬며 커피 한 잔을 다시 사들었다.
그렇게 도착하니 주일 이른 새벽 2시! 아내가 자지 않고 나를 기다렸나보다. 아내를 보니 너무 좋았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고 했던 사도 바울의 말이 생각났다. 어쨌든 로체스터에 도착했고, 8시간의 에어컨 바람에도 감기에 안 걸렸고, 아내 고생 안 시키고 버펄로에서 차를 픽업해 왔고, 졸음과 싸워 이겼고, 홈스위트홈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주일에 두 교회 설교를 예정대로 할 수 있게 되었고…
도착하여 짐을 풀고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영어 설교 정리를 했다. 그러고 눈을 좀 붙이려 보니 벌써 아침 7시! 아침을 간단히 먹고 교회로 향했다. 두 설교 모두 내 정신으로 한 것 같지 않다. 아마도 그래서 성령님이 더 강하게 역사하신 듯하다. 예배 후 커피 강국 스위스에서 사온 커피를 온 교우들과 함께 내려마셨다. 그것도 현지인이 강추한 취리히 인근 도시의 “Mame”라는 커피숍에서 사온 커피를 말이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과테말라 선교 펀드레이징에서 사온 김밥 두 줄을 먹고 소파에 누었다. 아내 말로는 바로 잠이 들었단다. 5시 정도에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자정이었다. Jetlag! 뒤척이다가 새벽 2시부터 일어나 NBA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를 시청한 후, 청년목장 라이드 편성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아침 7시!
조이를 학교에 보낸 후 치과 진료를 받고 오후 2시에 공항으로! 뉴저지에서 열리는 한인교회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행기가 뜨려다가 파트 하나가 파손 되었다며 모두 내리란다. 4시간 딜레이! 결국 밤늦게 도착하여, 감미옥에서 설렁탕을 먹고, 숙소로 와 씻은 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시각은 1시45분!
비행 취소에 이어 딜레이로 인한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함께 있어서 더 많이 감사했다. 지난 3일을 돌아보니 불편함 속에 감사함을 잃지 않았음에 또 감사! “모든 것에 감사하라”는 명령은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감사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입술로 감사하다 보니 그것이 생각을 거쳐 마음으로까지 내려와 결국엔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데까지 이를 수 있었다. 간구하는 것은 목요일에 올라갈 때에는 딜리이나 취소됨 없이 정시에 예정대로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연기되어도 또 감사할 것이지만 말이다. 호되게 감사 훈련을 받게 하신 하나님께 또 한 번 감사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