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제 아내와 결혼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부족한 남편을 목회자로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아내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해 주고 싶었습니다. 공부와 목회로 정신없이 보내온 10년을 생각하니, 가족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가정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도, 몸담고 살아가는 가족의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특히 힘들 때 아내의 존재는 하나님 위로의 소중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결혼 10주년이라! 뭔가 근사한 것을 해 주고 싶은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학교 공부도 기말로 다가오면서 할 것도 많아지는 때이고, 교회에서도 새로이 성경공부를 시작해서 준비할 것도 많고, 그리고 아내 또한 돈 주고 뭔가 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기말 페이퍼 걱정보다 더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묘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내를 특별한 음식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식 만들기엔 문외한인 제가 특별 음식 마련에 나섰습니다. 금요일이 결혼 기념일이고, 전날인 목요일은 제가 캐나다로 공부를 하고 늦게 돌아오는 날이라, 모든 준비는 수요일에 마쳐야 했습니다. 수요일에 재료를 준비하면서도 아내의 눈을 피해야 했기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의 이상한 행동을 감지한 아내는 ‘왜 늦게 나왔느냐, 트렁크에 뭘 실었는냐?’하는 등 저를 추궁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위기(?)를 잘 모면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전 날 찬수가 엄지손가락을 다쳐 정신이 없긴 했지만, 아내 몰래 음식을 준비하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음식 이름은…..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아무튼 준비된 재료를 올리브기름에 잘 굴린 후, 준비된 소스에 마늘과 고춧가루를 섞어, 재료와 발 버무린 후 약간의 설탕으로 음식의 맛을 살립니다. 드디어 음식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정말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래로 내려온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감탄에, 감격에, 감사에,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맛을 보더니 너무 맛있다며, 결혼 10주년 선물로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먹으면서 자꾸 질문을 합니다. “여보, 이 소스의 비결은 뭐야? 정말 당신이 만들었어?” “어 뭘로 썰었기에 당근 모양이 이렇게 근사하지? 아무래도 수상한데” “어 이건 죽순 아냐. 당신이 어떻게 알고 죽순을 샀어?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수많은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어허 날 어떻게 보고! 맛있으면 됐지, 뭔 질문이 그리 많나!”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은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의 절대적 공범인 이종철 성도가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사실은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러 이종철 성도(다영아빠)의 가게에 갔었지요. 얘기를 들은 다영아빠는 모든 재료와 소스를 드릴 테니, 아침에 잘 볶기만 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제가 아침에 음식을 만들어 놓고는, 소스 그릇을 처리하지 않는 통에 그만 아내에게 모든 것이 들통 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마냥 좋아했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도 맛있게 음식을 먹어 주었습니다. 마치 제가 모든 것을 다 한 것처럼 말입니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정말 오랜만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 앞에서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에 저 또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그동안 너무 쉽게만 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매번 특별한 날이 오면, 저만 아내에게 선물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 맘으로 함께 이루어 갈 수 있는 아내야 말로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다음엔 더 기가 막힌 음식을 만들어 줄께! 20주년 때 말야.”(*^^*) 앞으로 10년이 더 지났을 때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맘으로 아내와 함께 서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게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결혼 10년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10주년 기념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와준 특급 도우미 다영아빠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3월 28일)